
나트륨-황 배터리는 값싸고 풍부한 나트륨(소듐)과 황을 원료로 쓰기 때문에 리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대형 ESS와, 가벼운 고에너지 전원이 필요한 항공·우주 분야의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기존 상용 나트륨-황 배터리는 300℃ 이상의 고온을 유지해야 작동하기 때문에 별도의 가열·단열 설비가 필요하고, 녹은 금속을 다루는 데 따른 안전 문제도 있었다. 상온에서 작동하는 나트륨-황 배터리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대안으로 연구되어 왔지만, 충·방전 중 중간 생성물인 폴리설파이드(polysulfide)가 전해질에 녹아 배터리 내부를 이동하며 용량을 감소시키는 '셔틀 현상'과, 방전 후 생성되는 고체 황화나트륨(Na₂S)을 충전 시 다시 분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특히 반응 장벽이 높은 충전(산화) 반응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한 영역이었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10나노미터(nm) 이하 크기의 질화바나듐(VN) 양자점(quantum dot)을 질소 도핑 환원 그래핀 산화물(rGO) 표면에 균일하게 분포시킨 복합 촉매 'VNQ-G'를 설계했다. 이 소재에서 바나듐은 폴리설파이드와 강하게 결합해 셔틀 현상을 억제하는 한편, 전자를 빠르게 전달해 방전과 충전 양쪽 반응의 속도를 모두 높인다. 연구팀은 이론 계산과 실험을 병행해, VNQ-G가 Na₂S 전환에 필요한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고 충·방전 전 과정의 반응 가역성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VNQ-G를 적용한 나트륨-황 배터리는 촉매를 사용하지 않은 배터리에 비해 용량과 수명이 모두 개선됐다. 전해질 1달러당 저장 용량은 약 30암페어시(Ah)로, 기존에 보고된 나트륨-황 배터리 전해질 시스템 대비 최소 10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는 같은 비용의 전해질로 10배 이상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배터리를 대용량으로 확장할수록 비용 절감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됐으며, 그 결과는 'Vanadium Nitride Quantum-Dot Bidirectional Catalysis for Accelerated Polysulfide Redox in Room-Temperature Na–S Batteries]'이라는 제목으로 8월 21일 재료·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Small》(IF 11.8, 2025년 기준)에 게재됐다.
정현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방전 반응에 치우쳐 있던 기존 접근과 달리, 충전 반응까지 함께 가속하는 양방향 촉매 개념을 실증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촉매 소재의 조성과 구조를 더 최적화해 상온 나트륨-황 배터리의 실용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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